오픈 소스 제품의 고객 서비스
오픈 소스 제품의 고객 서비스는 일반적인 제품의 고객 서비스와는 아주 다른 양상을 띈다.
첫째로, 오픈 소스의 특성상 제품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분법이 분명치 않다. 소비자가 제품에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생산 일부에 기여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럼 기여해주세요
라는 식의 말도 종종 나온다.
둘째로, 공정이 투명한 관계로 부분 시스템 (전문 용어로 의존성
) 공정의 문제를 최종 공정에서 떠앉는 책임 구조가 없다. A 제품을 만드는데 그 부품으로 B 제품을 사용하게 되어 있고, 또 그 B 제품을 만드는데 C 제품이 들어간다고 치자. A, B, C 제품들 모두가 오픈 소스 프로젝트라면 A 제품의 최종 소비자는 동시에 B 제품과 C 제품의 간접 소비자가 되는 구조다. C 제품의 어떤 결함이 B 제품의 결함에 전적으로 기여하고 또다시 B 제품의 그러한 결함이 A 제품의 결함을 만들었을 때, 그러한 결함에 대해 A 제품 생산자가 문의를 받으면 A 제품 생산자는 그 결함은 B 제품의 결함이므로 그쪽에서 수정해야 한다
라고 말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B 제품에서도 같은 문의에 대해 비슷하게 대처할 수 있다.
iPhone이 어떠한 네이티브 앱 개발 API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던 시절에 탈옥 소프트웨어 해커들에 의해 데비안 리눅스의 APT 패키지 시스템을 iPhone에 포팅했고, 그것이 되려 앱 스토어 개념의 효과적인 데모가 되면서 생겨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픈 소스 세계의 패키지 시스템과 앱 스토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앞서 이야기한 부분 시스템 공정의 투명성 문제이다. 앱 스토어에서 A 제품을 받아서 설치하면 나는 A 제품을 쓴다는 사실만이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오픈 소스 세계의 패키지 시스템은 A 제품을 쓰게 될 때 B 제품과 C 제품까지 함께 쓴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패키지 시스템은 이를 의존성 구조라고 부르며, A 제품을 설치하기 전에 심지어 B 제품과 C 제품을 함께 설치하겠냐는 확인까지 받아낸다. 이러한 배포 시스템이 부분 시스템 공정에서의 책임 구조를 아주 다르게 한다. 소비자에게는 좀더 불편한 점이 많은 반면, 잠재적인 생산자(오픈 소스에서는 보통 기여자
라고 부른다)인 소비자와 이미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생산자에게는 편한 점이 많은 방식이다. 무엇보다 생산자가 프로젝트가 풀려는 문제에만 집중하게 도우며, 상용 제품과는 다른 관점에서 소프트웨어 품질의 척도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이는 오픈 소스의 본질적인 특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오픈 소스 제품이 무료라는 점에서 기인하는데, 소비자는 일반적인 소비자의 권리가 없다. 만약 오픈 소스 제품을 썼는데 일반적인 상용 제품에서 받는 것과 같은 고객 서비스를 받고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해당 프로젝트의 고유한 특징이거나, 1인 생산자의 개인적인 인품에 의존하여 돌아가는 것이다. 소비자는 대가를 지불하고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문의를 해도 상당히 높은 빈도로 침묵을 듣는다.
이외에도 여러 특이한 양상이 존재하는데 대체로 위에서 나열한 양상의 변주에 가깝다.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이러한 양상은 대체로 소비자를 고객은 왕이다
관점이 아닌 고객은 잠재적인 기여자이다
라는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오픈 소스가 왜 생겨난 개념인지 떠올려보면 이는 별로 대수로울 것 없는 해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