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블로그 이전
원래 Tumblr에서 호스팅하던 블로그를 옮겼다. 2010년 초에 Tumblr로 옮긴 뒤 6년만의 블로그 이사이다. Tumblr를 떠나게 된 계기는 최근부터 내가 쓴 글에 달린 링크를 가로채서 다른 URL로 바꿔치기 하도록 업데이트됐기 때문이다.
방금 알았는데 Tumblr가 언제부터인가 내가 글에서 링크한 URL을 가로채서 자기네 중간 리다이렉션 페이지를 거치도록 바뀐 URL을 삽입해놨다. 옵션을 찾아봐도 끄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떠날 이유도 없고 귀찮아 냅뒀지만, 슬슬 옮겨야.
— Hong Minhee ・ 洪 民憙 (@hongminhee) April 3, 2016
몇년 전부터 정적 사이트 생성기로 블로그 만드는 게 프로그래머 사이의 유행이 되어서 나 역시 옮기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귀찮아서 생각만 하다가 계기가 생겨서 이참에 옮기게 되었다.
새 블로그 주소는 https://blog.hongminhee.org/이다. 참고로 이전 블로그의 모든 퍼머링크들은 내가 오기와 집념으로 거의 다 리다이렉션(301 Moved Permanently
) 시켰다.
Jekyll 같은 훌륭한 정적 사이트 생성기도 있고,1 그 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예전부터 내가 원하는 정적 사이트 생성기의 조건은 어느 정도 확립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조건은 2010년에 Tumblr로 블로그를 이사했을 때나 지금이나 같은데, Markdown을 어떤 식으로 지원하느냐다. 지금까지 6년동안 블로그에 올렸던 모든 글을 제대로 빌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전부터 Markdown Extra 문법을 사용해왔고, 이 문법의 제대로 된 구현은 현재까지 내가 알기로는 레퍼런스 구현인 PHP Markdown Extra와 Pandoc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Pandoc을 Markdown 구현 백엔드로 사용하는 것들만 추리니 얼마 안 남았다. Hakyll 같은 것들이 나왔는데, 처음 조금 시도해 보다가 포기하고 그냥 직접 만들기로 했다.
Hakyll에서 아쉬웠던 것은 자체 템플릿 엔진이 반복문을 두겹 이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두 단계 이상으로 접혀 들어가는 내용을 다루기가 아주 까다로웠다. 사실 설정이 그냥 Haskell 코드라서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었고, 분명 내가 좀더 파고들었으면 어떻게든 해결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해결 비슷하게 하긴 했는데, 다 하고 보니 상당양의 로직 코드를 만든 뒤라 허탈감이 왔다. 그 뒤에 href
끝에 index.html 같은 것을 없애는 방법이라던가, 로컬 빌드에서는 href
를 만들 때 index.html을 붙이고, 실제로 배포할 때는 뺀 경로로 올리는 방법 같은 것을 찾아봤지만 그런 것은 별도 기능으로 있지 않았고, 모두 다 내가 직접 구현을 해야 했다. RSS 등 몇가지 더 원하는 기능이 있었는데, 하루 종일 코딩해서 일요일 하루를 날리고 보니 인내심이 사라져서 Hakyll은 버리기로 했다.
내게 남은 휴일이 얼마 없다보니 조급해졌는데, 그래서 대충 쉘 스크립트로 Pandoc을 엮어서 결과물을 얼른 내놓기로 했다. 첫 구현은 썩 잘 돌아갔는데, 아카이브 페이지나 첫 페이지 등을 만드려면 템플릿 엔진 비슷한 게 필요해졌다. 쉘 스크립트의 단순 문자열 치환으로는 HTML 중간에 반복되는 내용을 넣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니, 넣을 수는 있었는데 나중에 수정할 수 없을 것 같은 코드가 나온다.
그래서 쉘 스크립트를 대충 Python으로 옮겨 적기 시작했다. 하다보니 bash로는 쉽게 할 수 없는 추상화가 가능해져서, 하는 김에 일반화를 조금 하기도 했다. 이 정도까지 하니 졸린데다 주말이 다 사라져서 아쉽지만 다음날 이어서 작업하기로 했다. (다행히 휴가 하루 냈었다.)
최종적으로 만든 정적 사이트 생성기는 전적으로 내 블로그에서만 쓸 수 있도록 일반화가 거의 안 되어 있는 gen.py 스크립트다.2 이걸 GitHub 저장소에 푸시할 때마다 자동으로 빌드되게 하고 싶어서 Travis CI를 활용했다. 그리고 빌드된 결과는 다시 GitHub Pages로 푸시된다. 결과적으로 새 블로그는 딱히 오픈 소스도 아니건만 오픈 소스를 위한 공공 인프라를 무전취식하고 있다.
하여간, 그리고 Tumblr에 올라가 있던 글을 다 옮겨와야 했다. 사실은 이 작업을 더 먼저 했다. 이쪽도 Tumblr API를 써서 평범하게 Python 스크립팅으로 끝냈다. 한번 쓰고 버릴 스크립트다보니 더더욱 오늘만 사는 심정으로 얼렁뚱땅 짰지만, 그럭저럭 잘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기존 URL을 새 URL로 리다이렉션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리다이렉션만 해주는 간단한 서버를 작성하고, 기존에는 Tumblr에 물려있던 blog.dahlia.kr 도메인을 해당 서버로 돌려 물리는 것이었다. 우선 기존 Tumblr의 글 목록과, 각 글의 새 URL을 담고 있는 테이블을 만들었다. 다행히 Tumblr 글을 마이그레이션하는 스크립트의 출력 결과를 가져다가 기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Flask를 써서 간단한 리다이렉션 서버까지 작성했다. 서버는 HerokuGoogle App Engine3에 공짜 앱으로 배포하고, DNS 레코드를 수정하여 blog.dahlia.kr가 더이상 Tumblr 서버를 바라보지 않게 만들었다.
(공짜 HerokuGoogle App Engine4 서버에 Travis CI, GitHub Pages 등… 돈 한푼 안내고 서버 없이 무전취식하는 잔재주는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내 블로그는 이제 10년째 운영중이다. 6년 전에 블로그 이사했을 때도 RSS 주소는 유지했다. 이제는 살아있는 시체가 되어버린 FeedBurner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아직 운영은 되고 있으니 들어가서 소스 URL을 Tumblr에서 제공하는 RSS에서 새 블로그의 RSS로 옮겼다. 아마 RSS 리더로 구독해서 보고 있던 분들은 (이미 읽었던 글이 새 글로 좀 뜰 수도 있겠지만) 그대로 이어서 구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거의 다 한 것 같았는데, 생각해보니 내 기존 블로그는 Tumblr 팔로워도 상당히 많았다. (사실 그것도 Tumblr 탈출을 망설이게 한 요인이다.) 어쩔까 하다가 기존에 올라온 글 내용을 몽땅 수정해서, 각 글의 새 URL로 링크해주기로 했다. 이것 역시 손으로 할 수는 없으니 스크립트를 짰다.
여기까지 해보니 블로그 하나 옮기겠다고 온갖 삽질을 한 것 같아 보인다. 맨 처음 이사는 3년 블로깅 후에 한 것이었고, 이번 이사는 그 뒤로 6년 블로깅한 후에 옮긴 것이니, 귀찮아서 앞으로 12년간은 블로그 이사는 하지 않으련다.
저 스크립트가 들어있는 블로그 저장소의 다른 문서나 스크립트들은 그렇지 않지만, gen.py 스크립트만은 GPLv3이다.↩
Heroku 무료 앱에는 사용량 제한이 있어서 늦은 시간이 되자 서버 오류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Google App Engine으로 교체했다.↩
Heroku 무료 앱에는 사용량 제한이 있어서 늦은 시간이 되자 서버 오류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Google App Engine으로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