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의 레이블을 확인/취소 혹은 예/아니오로 쓰기보다는 실제 동사를 쓰는 게 대체로 더 낫다는 얘기가 있다. 예/아니오는 무엇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이고, 보통은 그 무엇에 대해 적어놓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게임을 하다가 같은 원칙을 좀더 일반적으로 확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첨부한 이미지는 링토스 세계여행 게임 화면이다. 게임을 하면서 수집품을 무작위로 얻게 되는데, 어떤 수집품은 흔해서 자주 나오지만 어떤 수집품은 매우 희귀해서 보기가 힘들다. 위 화면은 ‘여행용 캐리어’라는 수집품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 수집품을 입수했을 때도 저것과 거의 같은 화면이 뜨는데, 내가 다소 헷갈려하는 부분이 바로 ‘입수 난이도: 매우 낮음’이라고 써져있는 부분이다.
앞서 설명했듯 수집품은 입수 빈도(확률)가 낮으면
입수 난이도가 높은
것이고, 빈도가 높으면
입수 난이도는 낮은
것이다. 저 화면을 볼 때 나는 매우 낮음’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입수 난이도
부분은 대충 흘려보낼 때가 많다. 무심코 확인을 눌러 창을 닫고 나면 내가 방금 입수한 아이템이 ‘난이도’가 낮았다는 것인지 ‘빈도’가 낮았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후자라면 기뻐할만한 일이지만 전자면 별 일 아닌 거니까.
아마 입수 난이도를 표시할 때 ‘입수 난이도: 매우 쉬움’이라고 적었다면 어땠을까? 마찬가지로 ‘입수 확률: 매우 흔함’이라고 적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버튼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이 ‘항목: 내용’으로 적히는 것들이나 표의 컬럼 이름과 실제 컬럼 값 같은 것들처럼 대응 관계가 존재하는 모든 표지에서 적용할 수 있을만한 원칙이 아닐까?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는 얘기: Boolean Blind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