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S 리더는 원래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이었다
Google Reader가 문닫는 것도 한 달 남았다. 개인적으로 RSS를 참 오래 열심히 써왔는데, 이제 대안이 필요해진 시점이라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든 생각을 정리해본다.
내가 맨 처음 썼던 RSS 리더는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이었다. NetNewsWire였던 걸로 기억한다. 2004년 초였다. 그 해 중순이었나 가을부터 NewsFire로 갈아탔던 것 같다. 아니면 이걸 먼저 쓰고 NetNewsWire를 나중에 썼던 걸 수도 있지만 기억이 가물하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둘 다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이었고, 이걸 2006년 전까지 계속 썼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Bloglines를 썼고 한국에서는 한RSS도 많이 썼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웹에서 RSS 리더를 본다는 것이 그 당시만 해도 갑갑하게 느껴져서 옮기지 않고 있다가, 로컬 디스크가 날아가는 경험을 하고 나서 Google Reader로 옮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행히 주기적으로 OPML은 백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독 목록은 내가 맨 처음 RSS 리더를 써온 이후로 계속 유지해왔지만 구독했던 개별 포스팅이나 특별히 표시를 했던 것들은 2009년 이후의 기록만 존재한다.
Google Reader로 옮기게 된 계기는 결국 데이터 손실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정신차리고 보니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Reeder 같은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을 다시 쓰고 있었다. 예전과 딱 하나 달라진 것이라면 백엔드가 Google Reader라서 데이터 손실이 없다는 점이었다. 예전에 썼던 쾌적한 느낌이 다시 돌아왔다.
나는 RSS 리더가 클라우드에 있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결국 우리가 RSS 리더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쓰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본다.
- 데이터 안정성
- Google 등이 내가 찍은 별표 기록을 날릴 가능성은 내가 내 랩탑에 콜라 쏟을 가능성에 비하면 비교가 미안할 정도로 한없이 낮다.
- 기기간 동기화
- 원래는 없던 동기였으나, 스마트폰 등장 이후로 생긴 욕구이다. 아무데서나 내가 보던 RSS 리더를 보고 싶다는 것인데, 결국 데이터 동기화를 원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Google Reader와 같은 서비스들은 데이터 동기화를 한다기 보다는 데이터 보존 지점을, 물론 물리적으로야 데이터 센터 안쪽에 리플리카가 많겠으나, 논리적으로 한 곳으로 만들어 동기화 자체가 필요 없게 만들었다.
- 365/24 크롤러
- 컴퓨터를 꺼놔도 RSS 크롤링이 주기적으로 되었으면 한다. 보름 동안 휴가를 갔다 왔어도 그 사이에 놓치는 포스팅이 없었으면 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앞쪽 두 가지 성질은 RSS 리더라서 필요한 것이 아니고, 좀더 일반적인 욕구에 의해 생겨난 개념들이다. 데이터 백업이야 옛날옛적부터 뭘 하든 중요한 문제였고, 기기간 동기화야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 특수한 사람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기능이 되었다. N 스크린이라고 하지 않나. 그리고 대부분의 앱들이 해결하고 있다.
이 두 문제는 그냥 데이터 일반의 문제이지 RSS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 일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고금을 통해 많이 있었다. 거창할 것 없이 Dropbox나 Google Drive를 생각해보자.
마지막 365/24 크롤러는 이제 서버가 없어도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하게 되었다. 잘때 스마트폰 껐다가 일어나면 다시 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휴가 간다고 스마트폰 집에 꺼두고 가지도 않는다. 스마트폰은 모두에게 하나씩 있는 꺼지지 않는 개인용 컴퓨터이다.
그래서, 그냥 데스크탑 애플리케이션과 모바일 앱이 있고, 앱들 사이에 데이터를 보존하는 방식에 대한 표준 협의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데이터는 Dropbox나 Google Drive 같은 널리 쓰이는 클라우드 저장소 서비스 중에서 하나 고를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데이터 백업, 동기화 둘 다 해결된다.
RSS를 위한 데이터 포맷 표준을 또 새로 만들어야 할까? 그럴 필요 없다. 만들어도 쓰이지 않을 것이고, 그냥 있는 것을 쓰는 게 제일 낫다. RSS 구독 목록에 대한 표준은 이미 있다: OPML. RSS 포스팅 목록에 대한 표준도 이미 있다: Atom. 저 둘을 잘 엮어서 그냥 디렉토리 안쪽에 구독 별로 Atom 파일만 죽 늘어놓기만 해도 심플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둘 다 오래된 표준이라 언어별 구현체가 한두가지 이상씩은 있는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