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만든 미투데이를 통해서 공간의 제한을 뛰어넘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매 순간 접할 수 있었고, 2012년 만든 밴드를 통해서 그리웠던 친구들이 다시 모여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미투데이와 밴드에 이어 2014년에 새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2013년 4월에 새로운 회사를 시작합니다. 아직 아무 것도 그리지 않은 흰 도화지 같은 회사일 뿐입니다. 차근 차근 “더 좋은 세상”이 되는데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겠습니다.
작년 가을 무렵 직장을 구하지 않고 있다는 글을 올린 바 있는데, 그때 혹시나 해서 덧붙인 말이 하나 있습니다.
망하든 뭔가 되든 상황이 달라지면 블로그에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상황이 달라졌으므로 업데이트합니다. 저는 만박 님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크게 궁금해하실 분도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제게는 꽤 특별한 경험이라고 여겨져서 몇가지 감상을 덧붙일까 합니다.
제가 처음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2007년 여름입니다. 그때 미투데이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글을 잘 남기지 않지만 제 미투데이 페이지 맨 아래쪽을 보면 다음과 같이 적혀있습니다.
홍민희 님은 2007년 7월 21일부터 613명과 3,444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 무렵부터 야간개발팀이라는 개발팀을 만들어서 VLAAH라는 서비스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만박 님께 저희 이런 거 만들었어요 하며 보여드린 기억도 나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가 어른들을 보고 흉내낸다는 느낌이었죠. 2007년이면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입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접한 첫 우상과도 같은 존재가 만박 님인 셈입니다. 미투데이가 너무 좋아서 여러 해가 지나도록 중독되어 있었고, API를 쓰기 위한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도 만들고 그랬습니다.1
그때 다행히 얼굴도장도 찍었고 친한척을 자꾸 했기 때문에 만박 님을 비롯해, 당시 미투데이 팀 분들이 절 기억해주시게 됐습니다. 그래서 만박 님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시며 제게도 연락을 주어 소식을 알려주셨습니다.
사실 합류를 결정하는 데에는 몇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지금 제가 하고 있던 크로스팝이라는 프로젝트가 전혀 마무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고 (저는 애초에 마무리를 할 생각이 없었고 계속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팀은 제가 만든 팀이기 때문에 제가 그만두자고 하면 먼저 부추긴 쪽이 포기하는 모양새라 팀원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요, 무엇보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어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고 답을 드렸는데, 만박 님이 메일을 보내주셔서 마음을 돌려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사후에 일어난 합리화 같지만 생각해보니 크로스팝 팀에서 풀타임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 저 혼자밖에 없었고, 그 혼자인 저마저도 100% 프로젝트에만 매달려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었고 좀 늘어진 상태로 하고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차피 이걸 사이드 프로젝트로 돌려서 취미처럼 한다고 해도 기존에 하던 것과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는 슬픈 결론이… 무엇보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향해 가고 있고 차라리 나중에 팀원들한테 제대로 월급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서 집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네, 다 변명입니다.
그래서 소식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홍민희는 올해 봄부터 예전부터 우상이었던 만박 님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하고 있던 취미 같던 크로스팝 프로젝트는 정말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해주세요.
이 문단에서 링크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정말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