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그처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이들이 복잡한 사회 구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긴 부산물 덕분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여럿이 힘을 합쳐 짐승을 사냥하던 습관에서 비롯된 인류 집단의 협동 체계는 결국 잘 짜여진 사회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여기에 육체적 부담이 줄어든 새로운 생활 양식까지 합세하여 현생 인류의 평균 수명은 네안데르탈인보다 훨씬 길어졌다. 그 결과 상당수의 후기 구석기 인류가 50세, 즉 아이를 생산할 수 있는 연령을 훨씬 지나서까지 살아남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여기에 이들이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 숨어있다. 왜냐하면 나이든 노인들의 역할이 사회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본능보다는 교육과 학습을 통해서 배운 지식에 의존하여 행동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사람은 유년기의 거의 대부분을 배우는 데 소비하고, 대개는 스무 살이 훨씬 지난 뒤에야 다른 누군가를 가르치고 교육하기에 충분한 지식을 갖추었다고 인정받는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많은 삶의 지혜가 축적되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후손들을 교육하는 능력도 그만큼 커진다. 그래서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대학의 교수님들 못지않게
안 가본 곳이 없고 안 해 본 일이 없는인생의 스승인 것이다. 게다가 조부모들이 함께 있으면 젊은 부모가 일하는 동안 어린 아기의 양육을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생식력이 증가된다. 아기가 자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계속 다음 아이를 출산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또한 네안데르탈인을 경쟁의 패배자로 만든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인류학자 크리스텐 호크스(Kristen Hawks)는 이렇게 조부모가 아이를 길러 준 덕분에 후기 구석기 시대에 현생 인류가 그처럼 급격히 늘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이 작은 이점이 결국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불러온 것이다.
Spencer Wells. 최초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