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철학자를 연구할 때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는 그를 숭상하지도 경멸하지도 말고 이론 가운데서 믿을 만한 점을 알아낼 때까지 우선 일종의 가설로서 공감을 표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판적 태도를 회복할 수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가능한 한 이제까지 주장하던 의견을 포기할 수도 있는 정신 상태를 닮아야 한다. 경멸은 가설로서 공감을 표현하는 데 방해가 되며, 숭상은 비판적 태도의 회복에 방해가 된다. 두 가지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연구할 만한 가치를 지닌 의견이나 이론을 내놓은 사람은 어느 정도 지성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무도 어떤 주제에 대해서 완결된 최종적인 진리에 도달할 수는 없다. 어떤 지성인이 분명히 불합리한 견해를 표현할 때, 우리는 그의 의견이 어떤 식으로 참인지 입증하려 해서는 안되고, 어떻게 참인 것처럼 보이게 되었는지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버트런드 러셀. 서양철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