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民憙 (홍민희) 블로그

전자렌지는 정말 위대한 발명품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전자렌지로 음식을 조리하면 (그냥 불을 쓰는 것보다) 맛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까닭이 많은 조리법들이 전자렌지 기준이 아니기도 하고 인스턴트 식품만 전자렌지를 진지하게 지원(?)하다보니까 전자렌지로 조리되는 음식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생겨서라고 생각했다.

주로 문화적인 부분으로 탓을 돌렸는데, 물론 그런 이유들도 충분히 유효할 수 있지만 방금 생각해보니 더 중요한 이유가 떠올랐다.

전자렌지 이전에 나온 전통적인(?) 조리 방식들은 대부분 중간 과정에 관찰이 가능하다. 즉 피드백을 점진적으로 받을 수 있어서 뭔가 수틀리는 것 같다 싶으면 적은 비용으로 요리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게 가능하다. 가령 라면은 전자렌지로도 끓일 수 있는데(!)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국물의 양이 얼마나 주는지 보면서 중간에 가열을 그만두는 식의 개입이 힘들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전자렌지 유리창은 어두컴컴하고 시야각도 나오지 않아서 그릇 안쪽에 뭐가 있어도 잘 보이지가 않는다. 게다가 그냥 냄비로 끓이면 젓가락으로 면발을 눌러보거나 할 수 있는데 전자렌지는 이런 부분에서는 되는 게 없다.

이건 확실히 전자렌지 자체의 기능적인 단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