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民憙 (홍민희) 블로그

Folk science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무지하고 또 과학을 많이 무시한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듣곤 하는데, 무지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을 하지만 과학을 무시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여기서 무지함과 무시함을 지적 입력에 대해 각각 수동적이거나 능동적으로 차단하는 태도나 그 결과를 얘기한다고 가정한다.)

내 주변을 보면, 예를 들어 우리 어머니는, 과학에 대해 큰 관심이 없긴 하지만 스펀지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방영되는 내용이나 신문 기사에 나온 실험 결과를 신뢰하시거나 그런 것들을 인용하여 나한테 파프리카 등의 맛없는 (철저히 주관적인 감상임) 채소를 먹을 것을 강요하시기도 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사주팔자나 부적, 기도 등의 기복 행위에 대해 ‘미신적’이며 ‘비과학적’이라며 딱잘라 무시하기도 한다. 이것은 내가 학교 다닐 때 친구들도 대체로 공유하던 비슷한 태도였다.

이로 미루어볼 때 나는 사람들이 과학을 무시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과학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상당히 신뢰를 하고 그것을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곧잘 인용하기까지 하는 것으로 보아,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해 상당히 큰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추측을 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직접 검증할 수 없는 사실들에 대해, ‘과학적 연구 결과’일 경우 권위를 부여하고 신뢰를 높이는 것.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이 어디까지가 과학이고 어디부터는 비과학인지 잘 판단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일상적으로 우리가 ‘과학적 연구 결과’라고 얘기하는 것은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연구한 결과’이거나 그렇게 연구되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내용만 다뤄지는 채널을 소스로 하는 정보인데, 이것은 누구나 공유하는 판단이긴 하지만 실제 판단 근거로 작동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TV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실험을 했다는 것만 보고도 그것이 과학적인 실험이라고 쉽게 판단해버린다. 하얀 가운’은 보통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과학자들의 스테레오타입 이미지인 것이고, 하얀 가운을 입으면 누구나 과학자가 되고 과학의 권위를 상징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하얀 가운을 입은 실험 보조자들이 등장하는 TV 프로그램 스펀지’는 과학적 정보의 채널로 둔갑한다. 꼭 스펀지만의 문제도 아니다. 예를 들어 Twitter에서 ‘—학자봇 이름 달고 있는 수많은 봇들이 몇분마다 띄어 올리는 얘기들도 근거를 확인하기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그런 것쯤은 리트윗 장사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지금까지 나의 대응은, 블랙리스트를 관리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어머니한테 스펀지에서 나오는 내용 엉터리 많아요. 그리고 파프리카 토할 것 같아요 우웩이라고 얘기하는 것인데, 스펀지 하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뭔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게 문제다.

나는 그래서 의무 교육 과정에서 주기율표를 외우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학 교육이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어야 하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게 딱히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아서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