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안 쓰는 이유
작년에 잠깐 미국 갔을 때 여자친구랑 쓰려고 한번 쓴 적은 있다. 한국 와서는 다시 지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카카오톡에 대한 괜한 떨떠름함이 있어서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근데 나도 그런 감정이 처음에 왜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 iPhone 썼을 때 내장된 Messages 앱이 예쁜데 카카오톡 앱은 안 예뻐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예쁜
룩앤필은 그 앱을 계속 쓰게 하는데 얼마간 이유를 제공한다.
하여간 친구들이 카카오톡 안 쓰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휴대전화에서밖에 못쓴다. 메신저는 그 특성상 어디서나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컴퓨터 하다가 문자가 와서 전화기 들고 그 작은 화면에서 뭘 하려고 키보드 꼼지락거리는 게 나는 너무 귀찮다. 이건 컴퓨터를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써왔냐에 따라 습관이 달라지는 부분 같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은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문화가 이상하게 잡혀서 귀찮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방 하나 만들어서 날 끌고오더라. 자는데 띠링띠링 거려서 보면 그냥 별거 아닌 얘기들. 그래서 아예 무시하면 가끔은 왜 카카오톡 씹냐고 따지는 녀석들도 있다.
대안으로 나는 Facebook을 쓰고 있다. 내가 카카오톡을 쓰면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내 Facebook 친구로도 추가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Messenger for Windows 같은 것도 있고, 애초에 Facebook Messages는 XMPP 표준을 따르기 때문에 Adium이나 Pidgin 같은 메신저 앱에 붙여서 쓸 수도 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할 얘기가 있는 경우에는,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전화 번호조차 몰라도 나한테 다른 방법으로 연락을 잘 해온다. 전화 번호를 알고 있으면 SMS 한통 보내도 되고 말로 할 얘기가 있으면 전화를 하기도 한다.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진짜 중요한 얘기가 있으면 어떻게든 연락은 해온다는 것이다.1 자연스럽게 내가 받는 메세지들의 신호대 잡음비(signal-to-noise ratio)가 높아진다.
잡담에도 신호가 있고 잡음이 있다. 이를테면 나는 건담에 관심이 없는데 건담 오타쿠들이 주변에서 자꾸 건담 얘기를 한다면 그건 나한테 잡음이다. 나도 건담 오타쿠면 그건 신호가 된다. 카카오톡으로 나누는 대화 주제는 나한테는 잡음에 가까운 것이 더 많다. (술자리에서 한다는 그놈의 ‘인생 얘기’들도 나한테는 대부분 잡음.) 내가 좋아하는 IRC 채널들은 대화 주제가 내게 신호에 훨씬 가깝기 때문에 그 채널을 좋아하게 만든다. Twitter에서 끝없이 팔로우를 맺고 끊는 이유도 자기가 관심있는 주제로 집중하고 싶어서가 아닌가?
이 부분은 내가 블로그에 댓글 기능을 안 붙이는 이유와도 비슷하다. 강성훈 씨가 이에 대해 쓴 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