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民憙 (홍민희) 블로그

1년 조금 넘게 블로그에 글을 생각보다 많이 썼다. 나는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읽어주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 글을 읽고 칭찬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기분이 매우 좋다. 글을 읽고 말도 안된다는 반응을 들으면 기분도 좋지 않고 갸우뚱하게 된다. 어떨 때는 글 내용의 어떤 부분인 전혀 말이 안되며 이렇게 고쳐져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는다. 그럴 때는 아차 싶은 생각이 들어 고맙다고 하고 글에 손을 보아 내용을 고친다.1

여러 피드백 중에서 흔한 한 가지 패턴은, 글을 쓴 내가 보기에 과연 글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심이 되는 반응들이다. 이런 반응을 몇번 접하고 나서 든 생각이 있다. 저런 반응이 나오게 된 원인의 일부는 내가 만든 것이다. 대체로 저런 반응은 글의 초반부에 독자를 성나게 하여 더이상 읽고 싶지 않도록 만들게 할 경우 나타나는 것 같다. 혹은 그 이후로는 제대로 읽히지 않게 된다.

최근에 읽은 몇가지 책은 내가 블로그에 싸지르는 글과는 달리 매우 고심해서 좋은 형식에 담겨있는데, 그 중 어떤 부분은 이런 사항에 대한 고려가 있다. 글쓴 당사자에게 당연한 전제들에 대해, 그 전제에 합의한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사실들에 매우 긴 분량을 할애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성지향성이나 성적 정체성이 후천적인 영향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글의 첫머리에, 작가는 자신이 성적 소수자들에 대해 어떠한 반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는 해결되어야 마땅하다는 동조를 하는 데에 필요 이상의 분량을 할애한다. 혹은 남녀 간의 인지 능력이나 선호가 선천적인 수준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주장을 하기 훨씬 전부터 긴 페이지들을 과학의 가치중립성에 대해 환기시키고 남녀가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본능적인 것이든 양육이나 문화적 영향에 의한 피해이든 간에 남녀의 인권에 차이가 생기는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갖다 바친다.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독자를 진정시키는 법에 대해서는 언급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오히려 이런 것에 대해 제대로 접근하는 내용은 주로 처세술에 관한 책에 더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1. 이 블로그 가장 첫 글에서 썼듯, 댓글 기능이 없어도 피드백은 어떻게든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Twitter에 blog.dahlia.kr을 검색어로 저장해둔다. 누가 내 글을 링크하고 코멘트했으면 내가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