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民憙 (홍민희) 블로그

이하의 글은 2012년에 쓴 것입니다. 오래된 글인 만큼, 현재의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또한, 그 당시에 잘못 알려졌던 정보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저는 제 오래된 글이 회자되는 것을 저어합니다. 읽기에 앞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투기적 기술

매우 좋은 기술은 두 종류가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매우 좋지만 어려운 기술과 매우 좋은데도 쉬운 기술. 후자는 거의 항상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따라서 알려져야 마땅한 좋은 기술은 죄다 어려운 기술만 남는다. 낮은 곳에 나는 과실은 금방 누군가가 먹는다.

어려운 기술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 자체가 매우 심오하고 비직관적인 사고를 요구해서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걸 이해하기 위한 기반 지식이 방대해서이다. 좋은 기술이 쉽다면 그 반대의 이유일 수 있다. 우리에게 쉬운 어떤 기술들은 100년 전이나 200년 전의 대부분에게는 어려운 기술일 수 있었다. Henry Ford가 한 어떤 말은 매우 자주 인용된다:

If I’d listened to customers, I’d have given them a faster horse.

자동차는 100년 전 사람들에 비해 우리에게 비교적 더 쉽게 느껴진다. 우리는 고등 교육을 통해 자동차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반 지식을 100년 전 사람들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 우리가 자동차공학을 전공하기 위해 마저 배워야 할 지식의 양은 100년 전 사람들에 비해 훨씬 적다.

기술의 가치는 어디에서 나올까? 기술의 가치는 대부분 그것을 달성하는데 들여야 하는 노력과 기술이 제공하는 기능의 곱으로 설명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기술이 제공하는 기능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 기술이 조금만 달성하기 힘들어보여도 기꺼이 기능을 포기하고 좀 덜 어려우면서 제공하는 기능이 적은 기술을 선택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매우 재밌는 현상을 종종 보곤 한다.

그 기술이 제공하는 전체 기능의 크기는 많은 경우 그 기술을 이해하고 나서야 파악할 수 있다. 자동차를 처음 본 사람은 자동차가 매우 빠르게 달리는 말에 비해 어떤 점이 더 좋은지 쉽게 알기 어렵다. 자동차는 지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면 연료가 떨어지면 결국 지치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연료를 다시 채우는 매우 짧은 시간이 말의 상대적으로 긴 회복 시간에 비해 장점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런 것은 지나치기 쉽다. 언급해도 직접 자동차를 여러번 이용해보기 전에는 말에 비해 정말로 그렇게 편한지에 대해서 쉽게 수긍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기술 수용자는 그 기술이 얼마나 많은 기능을 제공할지에 대해서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그 기능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노력을 투자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기능과 마찬가지로, 그 기능을 달성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 할지 역시 모든 투자를 완료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과학 소설에 나왔던 많은 기술들이 이미 실현되어 있지만, 여전히 실현되지 않은 기술들도 많다. 많은 과학 소설에서 2012년을 우주 여행의 시대로 점치고 있었다. 또 많은 과학 소설들이 지나치게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수적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어쨌든 요점은 이렇다. 많은 과학 소설들에 나온 기술들은 그 기술이 나타날 시점을 예측하는데는 거의 항상 실패했다. 기술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노력을 예측하는 것은 도착해야 했을 시점을 훨씬 지난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애가 탄다. 어떤 사정에 의해 오늘은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돌아서고 나서 1분 뒤에 버스가 기적처럼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버스를 마냥 기다리다간 해가 떨어지고도 버스를 기다리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총 투자액을 모르는 상태에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끝없는 간뵈기의 연속이지만 그런 행동 가운데 어떤 것도 합리성에 기댈 수 없다.

기술의 두 가지 측면, 즉 그것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달성했을 때 획득 가능한 기능의 크기, 그러니까 보상을 예측하는 것은 전적으로 투기적인 행동이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들이 무수히 많지만, 그런 방법들조차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기술이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시간을 들여 그런 방법을 익혔는데 알고보니 별 효과도 없는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기술을 선택하는 방법은 대부분 보수적인 일관성을 보인다. 얼마나 보수적이냐의 사소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부분은 자신이 이미 달성한 기술 중에 가장 기능이 좋은 기술을 선택한다. 일부는 다른 사람이 이미 달성한 기술에 대해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말이 일관적으로 달성 비용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도박을 걸어 그러한 기술에 투자를 해본다.

특정 기술에 혐오감을 갖고, 그러한 기술에 투자하지 않길 선전하는 사람들은 그 기술을 달성하는데 투자할 자원의 양을 정해놨지만, 자원을 다 썼는데도 달성 불가능했던 경험을 갖고 있거나, 기술을 달성하면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기능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본 경우이다.

특정 기술이 매우 훌륭하다고 선전하는 사람들은 그 기술을 달성하는데 필요할 거라 예측했던 총 투자액에 미치지도 못했는데도 달성해서 이익을 보았다고 여기거나, 그 기술이 제공할 기능에 대해 과소평가했다가 예측하지 못했던 추가적인 기능을 마주했던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매우 투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상적인 기술에 매번 투자하지만 항상 투자액이 떨어져 중간에 포기하거나, 달성한 기술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초라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한다. 예측했던 총 투자량을 초과했는데도 불구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몇번이나 투자량 예측을 다시 하고 (물론 투자량은 늘기만 할뿐 줄지를 않는다) 결국에는 파산한다.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린 순간에 기술을 달성해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있어서 기술이 주는 기능의 가치는 실제 가치에 비해 더 화려하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막대한 투자량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에 과대 선전을 한다. 물론 그 기술을 선전해도 투자한 자원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 중 매우 일부만이 매우 성공적인 도박을 이뤄낸다. 예측했던 투자액에 근접하거나 그보다 적은 투자를 통해 상상했던 것을 훨씬 상회하는 기능과 마주한다. 그런 성공적인 도박은 주변 투기적 연구자들에게 모범적인 투자 사례로 보여지게 된다. 성공적인 도박이 아니라, 모범적인 투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