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民憙 (홍민희) 블로그

이하의 글은 2012년에 쓴 것입니다. 오래된 글인 만큼, 현재의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또한, 그 당시에 잘못 알려졌던 정보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저는 제 오래된 글이 회자되는 것을 저어합니다. 읽기에 앞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모든 음악이 점점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되고 유통도 효율적으로 바뀌는 가운데서도 음악을 위한 메타데이터 형식만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이제 음악은 특정 앨범에 속하지 않은 채 기존 음악을 비틀어서 YouTube를 통해 배포될 수도 있고, 그렇게 배포된 음악을 또 한번 비틀어서 재배포될 수도 있다. 원곡보다 훌륭하고 원곡과는 다소 달라진 리믹스가 나올 수 있는데, 그럼 그 곡의 아티스트 필드는 여전히 원곡의 아티스트가 차지해야 할까? 특정 아티스트는 활동 도중 예명을 바꾸는 경우도 있는데, 그럼 바꾸기 전과 바꾼 이후의 음악들은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인가? 같은 아티스트라면, 한쪽의 예명으로 통일해서 아티스트 필드를 채워놓아야 할까? 특정 밴드의 음악은 그 밴드에 속한 개개인 아티스트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John Lennon의 음악을 리스팅할 때 그 속에 밴드 The Beatles의 음악이 나오게 할 수 있을까? Ritchie Blackmore의 음악을 리스팅할 때는 밴드 Rainbow의 음악과 함께 밴드 Deep Purple의 1975년 이전 음악들만 나와야 한다(그는 1975년에 Deep Purple에서 탈퇴했다). 특별히 결성되지는 않은 밴드지만 일시적인 ‘피쳐링’을 통해 그 곡에서만 멋진 하나의 밴드로 엮일 수도 있다.

지금 내 iTunes에서는 Shinichi Osawa’로 검색해도 MONDO GROSSO 시절의 음악이 나오지 않고 있다. Rasmus Faber의 음악을 듣고 있는데 아티스트 필드가 ‘Rasmus Faber feat. Emily McEwan’라고 되어 있어서 Last.fm에서 서로 다른 아티스트로 취급된다. ‘Antonio Carlos Jobim’과 ‘Antônio Carlos Jobim’는 서로 다른 아티스트다(‘o vs ô). 21세기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온톨로지와 음악 양쪽에 조예가 깊은 영웅이 나타나 새로운 시대의 음악 메타데이터 형식을 디자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