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民憙 (홍민희) 블로그

이하의 글은 2012년에 쓴 것입니다. 오래된 글인 만큼, 현재의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또한, 그 당시에 잘못 알려졌던 정보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저는 제 오래된 글이 회자되는 것을 저어합니다. 읽기에 앞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Heuristics

실제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사건일지라도, 시간적으로 비슷한 시기 혹은 공간적으로 비슷한 장소에서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특별히 과학적 사고 방법을 훈련받지 않은 대개의 사람들은 인과적 관계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먹고 나서 식중독에 걸렸으면, 그 음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데, 진실은 그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법이다. (훈련이라 함은 그런 느낌을 애써 무시하고 의심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는 매우 흔한 인지적 오류인데, 그렇다고 이것만 보고서 인간의 모든 인지 능력이 비합리적이라고 결론지을 수도 없다. 그것이야 말로 부분만을 보고 전체를 규정하는 인지적 오류의 하나이다.

비슷한 시점에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기만 해도 인과성을 느끼는 것은 사실 인지적 ‘기능’으로, 계산적 모형에 입각해서 설명하자면 자주 발생하지 않는 1할의 케이스를 무시하고 비교적 심플하고 거친 가정들(assumptions) 위해서 적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는 데다 나머지 9할에서 매우 잘 작동하는 휴리스틱(heuristic)1이다. 인간이 현재 누리고 있는 인지 능력이 진화적으로 적응했던 환경(EEA)에서는 매우 잘 작동하고 효과적이었던 전략이었고,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는 그렇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린 적이 있으면, 원인이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당분간 그 음식을 피하고 보는게 상책이다.

보다 느리고 큰 비용(컴퓨팅 파워와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것도 엄연히 칼로리를 소모하는 한정적 자원이다)으로 엄밀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고, 그러한 개체가 때때로 존재했겠으나 천적 앞에서 생각만 오래하다가 잡혀먹었는지 어쨌는지, 결론적으로 나이브하지만 더 빠르게, 그리고 그럼에도 9할의 상황에서 대부분 들어맞는 결론을 내리는 개체들이 전략이 현재 인류에게 더 많이 남아있다.

물론 이러한 휴리스틱이 때때로 만나는 1할의 드문 상황에 대해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엄연히 오류이다. 그래서 이러한 버그를 어뷰징하는 무리도 종종 나타나게 된다. 쉽게 생각해서 종교를남을 속이는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역사가 오래된 소프트웨어가 모두 그렇듯, 오래된 버그는 기능으로 둔갑한다. 오랫동안 멀쩡하던 버그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으면 사용자에게 반발을 받게 된다. 오랫동안 인지 API의 유명하고 유서 깊은 버그를 스타트업 시절부터 이용해왔던 종교들은 이제 오래된 거대 기업으로 변해 해당 버그를 우회하는(workaround) 과학 교육들을 훼방놓기 시작하는데… =3==3


  1. 이 단어는 인지 과학과 컴퓨터 과학 양쪽에서 모두 쓰이는 용어인데, 대상만 다를 뿐 뜻하는 바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