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民憙 (홍민희) 블로그

이하의 글은 2011년에 쓴 것입니다. 오래된 글인 만큼, 현재의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또한, 그 당시에 잘못 알려졌던 정보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저는 제 오래된 글이 회자되는 것을 저어합니다. 읽기에 앞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Twitter 어디선가 혁신은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전환에서 온다는 얘기를 보았다. 굉장히 부당한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기술은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 같다. 사실 딱 그런 소리다. 어째서 기술은 사고의 한 과정, 방식이 될 수 없는가?

기술은 사람의 생각이다. 기술의 발전은 모두 사고의 전환이다. 기술도 치열한 사고의 과정이다!

기술이 생각이 아니라고 당연스레 여기는 것은 추상화된 것들을 피상적으로만 접하고 그것의 숨겨진 진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흔한 착각이다. 하지만 사람이 이뤄낸 것들 가운데 사람의 생각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술은 사람이 이뤄낸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탁 기계 같은 것이다.1

원래 도시에서만 산 사람들은 물을 기는 법을 모를 뿐 아니라, 왜 물을 길어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도시에 존재하는 상수도 시스템이 엄청난 문명의 혜택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인간 인지 기관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착각을 하는 것은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은 역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가끔 기술이라는 단어에 거북해질 때가 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저런 것이 아닌가 한다. ‘기술’이라는 단어에 다루고 싶지 않은 생각들을 격리시켜 담고, 그것들은 생각할 게 아니라고 여기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1. 사실 엔지니어들도 이런 착각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하드웨어적인 발전을 시간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주는 신탁 기계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든 하드웨어 역시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다 죽거나 하면 더이상 발전하지 않는, 그저 사람이 이뤄낸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