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民憙 (홍민희) 블로그

이하의 글은 2011년에 쓴 것입니다. 오래된 글인 만큼, 현재의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또한, 그 당시에 잘못 알려졌던 정보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저는 제 오래된 글이 회자되는 것을 저어합니다. 읽기에 앞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갑자기 Warcraft III의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그리워서 Battle.net에 들어가서 인스톨러를 받았다. (Blizzard는 언제부터인가 Battle.net에 과거 자신이 샀던 씨디키를 등록하면 물리적인 패키지를 잃어버려도 Battle.net에서 인스톨러를 다운로드 받아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Warcraft III가 출시되었을 당시는 Mac이 Intel 프로세서를 쓰기 전이다. 그 때는 IBM에서 생산하던 PowerPC 프로세서를 사용했고, Mac OS X Tiger에 와서 양쪽 프로세서에서 모두 동작하는 하이브리드 바이너리로 컴파일하는 기능을 Xcode에 추가했다. 그 이후에 개발된 애플리케이션들은 양쪽 모두에서 동작하나, 그 이전에 출시된 Warcraft III는 PowerPC 바이너리로 컴파일되어 있었다.

다만, Mac은 과도기에 양쪽 모두를 쓸 수 있도록 Rosetta라는 기능을 함께 제공해왔는데, PowerPC 바이너리를 Intel Mac에서 (거의 투명하게) 에뮬레이션해주는 레이어였다. 다만 모든 에뮬레이션이 그렇듯,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좀더 과거에 나온 PowerPC Mac에서 돌리는 Warcraft III가 나중에 나온 최신의 Intel Mac에서보다 쾌적한, 최신 Mac을 구입한 사용자에게는 황당하고 답답한 현상이 발생했다.

다행히 Intel Mac이 나온지 몇년 지나지 않아 Blizzard에서도 하이브리드 바이너리로 교체해주는 패치를 제공하게 되었는데, 어제 안 사실이지만 당연히 패치는 인스톨러까지 패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인스톨러는 여전히 PowerPC 바이너리였고, 이후의 Mac에서 설치할 때는 Rosetta를 통해 동작해왔다.

그런데 Lion에 와서 Mac OS X은 Rosetta를 빼버렸다. 언젠가는 빼버려야 할 것이긴 했지만, 막상 Rosetta가 사라지고 나니 내가 Warcraft III를 설치할 방법이 묘연해졌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VMware에 Snow Leopard를 설치해서 그 안에서 Warcraft III 인스톨러를 실행해서 설치한 뒤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 바이너리를 Lion으로 복사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Snow Leopard 설치 DVD가 있는데 현재 외국땅 타지에 있다보니 집에 있는 것을 가져올 방법이 없어서 어떻게든 설치 DVD 이미지를 구했다. 구해서 설치하려고 보니 VMware는 게스트 OS에 Mac OS X Server만 지원한다면서 거부한다. 구한 설치 DVD 이미지를 휴지통에 버리고 Snow Leopard Server 설치 DVD 이미지를 구해서 다시 시도.

VM 안에서 Warcraft III 인스톨러를 실행해서 설치한 뒤, 애플리케이션 바이너리를 Lion에 복사했다. 애플리케이션 바이너리를 하이브리드로 만드려면 최신 패치를 적용해야 해서, 최신 패치를 받아 실행하려니 최신 패치 인스톨러 역시 PowerPC 바이너리로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VM을 켜서 안쪽에서 패치를 돌린 뒤에 패치된 애플리케이션 바이너리를 다시 Lion에 복사. 다행히 게임이 잘 켜진다.

앞으로 Rosetta는 영원히 지원이 안될테니 이 고생을 다시는 하지 않기 위해 어렵게 얻은 Warcraft III 바이너리를 압축해서 따로 저장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