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民憙 (홍민희) 블로그

이하의 글은 2011년에 쓴 것입니다. 오래된 글인 만큼, 현재의 생각과 전혀 다른 내용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또한, 그 당시에 잘못 알려졌던 정보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저는 제 오래된 글이 회자되는 것을 저어합니다. 읽기에 앞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Jeff Hawkins의 On Intelligence(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언어는 어떤 특별한 언어 전용 도구를 상정하지 않아도 언어–예측 모형에 잘 들어맞는다. 선율, 자동차, 집이 그렇듯이, 말과 글도 그저 세계에 있는 패턴일 뿐이다. 언어의 구문론과 의미론은 다른 일상적인 대상들의 계층 구조와 다르지 않다.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데, 다른 인지적 기능들과 마찬가지로, 언어 역시 단순히 일반 목적 지능(general-purpose intelligence)이 발달하면 자연히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해 설계된 인지 기관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1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하면 자연스럽게 필요한 인지 기능이 발생되는 완전한 일반적인 지능은 내가 보기에는 환상이라고 본다. 가장 순수한 지능의 영역인 논리 등에 있어서도, 다른 지적 기능(언어, 시각 처리 등)이 coupled되어 있을지라도, 논리를 위한 인지 기관이 필요하다.2

내가 On Intelligence를 읽으며 받은 인상은 이렇다: Jeff Hawkins는 본인은 real intelligence라고 주장하는 AI 비슷한 것을 설계하고 싶어한다. 즉, 그는 인간 지능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인지 과학자이기 전에 AI를 설계하려는 컴퓨터 과학자다. 훌륭한 컴퓨터 과학자로서, 그는 그의 본능에 따라 인지 능력에 거대하고 아름다운 일반화를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찾은 것이 신피질(neocortex)이다. 하지만 그것은 AI가 그렇게 설계되었으면 하는 기대이지 과학적 진실을 보려는 노력과는 거리가 있다. (적어도 내가 책을 읽으며 받은 느낌은 그랬다.)

인지 능력은 진화적 적응의 산물인 매우 여러가지 기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람들은 그것은 지능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사실 어느 기능까지가 지능이고 어느 기능까지가 본능인지 경계를 나누기는 매우 애매하다. 컴퓨터 과학자로서의 바람과 달리, 난 인지 능력이 일반화된 디자인의 프로그램보다는 수많은 예외 사항으로 뒤범벅된 스파게티 코드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컴퓨터 과학자와 달리 진화적 적응은 디자인이 미래에 어떻게 변화될지에 대해 내다보지 못하며, 따라서 미래의 확장성을 고려한 clean code that works가 아닌, 당장 돌아가는 데에 문제가 없는 code that just works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같은 책의 뒷부분에는 이런 얘기도 나온다.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이 모두 그랬듯이, 케플러도 그리스 사상에 깊이 영향을 받았다. 그가 볼 때 플라톤 입체가 다섯 개이고 행성이 여섯 개라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다. 그는 우주의 신비(The Cosmic Mystery, 1596)에 이렇게 썼다. 역동적인 세계는 매끄러운 입체들을 통해 표현된다. 입체는 다섯 가지이다. 하지만 경계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다섯 가지가 여섯 가지 대상을 결정한다. 따라서 태양을 도는 행성은 여섯 개다. 이것은 행성이 여섯 개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멋지지만 완전히 틀린 유추를 본 것이다.

나는 Jeff Hawkins도 멋지지만 틀린 유추를 봤다고 생각한다.


  1. 즉, Steven Pinker가 The Language Instinct(언어 본능)에서 주장한대로.

  2. 그리고 나는 그 인지 기관은 아마 univeral computing machine일 것이며, 즉 turing complete할 것이며, 매우 느리고 비용이 비싸지만 거의 모든 본능적인 다른 인지 기관이 제대로 동작하지 못할 때 general counterpart 역할을 하지 않을까 추측한다.